9/19 치매-일찍알고 밝게 살자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됨에 따라 최근 치매환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치매는 나이가 들면 으레 걸리는 ‘노망’으로 여기고, 많은 이들이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고 있다.
이번 조기진단 캠페인은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인식을 심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는 이들 학회에서 개발 제작한 치매정보 책자를 다음주부터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또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설문지를 제작, 응모하는 모든 이에게 치매 가능성 여부를 판별해 줄 것이다.
아울러 학회에서 주최하는 치매 건강강좌를 후원한다./편집자
치매에 대해서는 ‘환자에겐 천국, 가족에겐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환자 본인보다 가족의 고통이 더 크다는 뜻이다.
현재 전체 인구의 7.9%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는 31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실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수는 약 4%인 1만20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이 혼자서는 불가능한 중증환자도 8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치매에 걸렸다고 모든 게 끝나는 불치의 상태는 아니다.
치매는 크게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류가 감소해 뇌기능의 위축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와, 특별한 이유없이 뇌에 독성물질이 침착돼 생기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나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류를 증가시키는 시술과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고, 알츠하이머 치매에는 독성물질 침착을 방지하는 약물이 개발돼 있다.
이화여대목동병원 신경내과 최경규 교수는 “혈관성 치매 환자의 10~15%는 조기에 치료하면 예전상태로 돌아가 완치가 가능하고,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30%는 ‘아리셉트’ 등 치매 약물로 증세가 현저히 호전된다”며 “그만큼 조기진단을 하는 것과 안 한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매환자와 가족들은 ‘내가(우리 부모님이) 치매일 리 없다’ ‘나이들면 다 그렇지’ ‘미리 알아도 방법이 없는데’ 등의 이유로 조기 진단을 외면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팀이 치매(알츠하이머)로 진단받은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기억력 저하 등 치매증상을 인식한 이후 병원을 처음 방문하기까지의 시기를 조사한 결과, 평균 2.7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등에서 조사된 1.2~1.6년에 비해 1년 이상 늦은 것이다.
나 교수는 “주로 환자의 아들들이 부모의 치매증상을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식 등 보호자와 동거하지 않거나 보호자 학력이 낮을수록 병원을 늦게 찾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매 조기 진단·치료를 위해서는 초기증상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인 증세다.
나이가 들면 정상적으로 기억력이 쇠퇴하지만, 과거 일은 잘 기억해도 바로 전 식사로 뭘 먹었는지 생각해내지 못하는 등 유난히 최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오병훈 교수는 “치매 환자는 새로운 정보를 뇌에서 저장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몇 개의 단어나 물건을 제시한 후 2~10분 후에 물어보면 그것을 기억해내는 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건망증과는 다르다.
치매는 건망증이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즉 기억을 회복하는 데 구멍이 생긴 것이다.
오 교수는 “기억력 저하가 의심되면 병원에서 기억력 테스트와 뇌 자기공명영상(MRI)·뇌혈류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며 “치매는 정신이상이 아닌 뇌에 생긴 질병”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치매환자들은 사는 곳의 위치를 잊어버리는 등 공간이해력이 떨어지고, 기분과 행동의 변화가 심하며, 의심이 많아지고 지나치게 의지하는 성향을 보인다.
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실직·이혼·고독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면 치매증세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부모님이 존엄성을 가지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하려면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치매 조기 진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002-09-19 09:2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