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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7 국민연금만 믿다간 낭패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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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7 국민연금만 믿다간 낭패


고령사회가 다가온다;(3) 국민연금만 믿다간 낭패;가입자 줄고 수령자 늘고… 낸돈도 못받을 판

국민은행 전산실에서 일하는 임석규(林碩圭·47) 차장은 월급에서 떼어낸 돈과 은행 예금 이자를 합쳐 매달 80만원 정도를 각종 개인연금 상품에 넣고 있다.
3년 전 자신이 늙었을 때 받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한 달에 6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걸 확인한 뒤 바로 개인연금 상품들에 가입했다.
은행 예금 원금은 중학교 2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교육과 결혼 비용으로 대부분 날아갈 것이므로 노후 대비용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예전에 보험 업무를 좀 했는데, 그때 우리 국민연금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고 다른 노후 대비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산시스템 전문 벤처기업 누리솔루션의 김흥수(金興洙·42) 이사는 요즘 2주에 한 번씩 고향인 강원도 원주를 방문한다.
부모님 얼굴 본다는 건 핑계고,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시장조사 목적이 더 크다.
그가 구상하는 일은 ‘골프 연습장’.
집안 논밭 2000평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돼, 은행 돈을 빌려 주변 땅을 조금 더 사서 골프연습장을 지으면 손님이 올 것 같았다.
초등학교 6학년·4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대학 교육까지 시키고 시집·장가 보내고 나서도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을 남기려면 연봉 7000만원의 직장생활로는 어렵겠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노후를 국민연금에 기대지 말라”고 주위에도 충고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으로는 노후대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은퇴 후 받게 될 연금액이 생활비로는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좀더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될까.
복지 선진국들의 전례로 볼 때 오히려 정반대로 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국민연금 제도 개혁은 ‘국민들이 은퇴 후 받게 될 연금액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피하려면 국민들이 매달 내는 연금보험료를 장기적으로는 2배 가까이 올리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국민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국민연금 개혁이 국민들에게 더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 기금이 점점 줄어들어 40년 후엔 고갈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崔秉浩) 사회보장연구실장은 작년 ‘사회보험 재정영향 보고서’에서 “고령화 진전으로 노인인구가 많아져 연금을 타는 사람이 매년 10만~30만명씩 느는 데다, 현 연금 구조가 적게 내고 많이 타가는 ‘저부담·고급여’ 체계여서 적립금이 계속 줄어들어 이 상태로 가면 결국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들이 내는 연금보험료 총액보다 이들이 앞으로 받게 될 연금 수령액 총액이 3배 가량 많기 때문.
현재 100조원 가까운 적립금이 2034년쯤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 2047년이면 결국 한 푼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사회 여건변화와 재정의 역할’이란 책자에서 “급속한 고령화 탓에 국민연금은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지적한 뒤, “이를 해결하려면 연금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령액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권고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전망’을 이미 알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그 대책으로 지난 98년 국민연금발전위원회(위원장 송병락·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매 5년마다 연금 재정을 재계산해 재정추계를 낸 뒤, 연금보험료율과 지급액을 재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금제도 도입 초기,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낸 만큼 받는’ 또는 ‘낸 만큼도 못 받는’ 구조로 바꿔간다는 얘기다.
국민연금발전위원회 첫 회의는 오는 3월 열린다.
거기서 내놓을 연금제도 수정안은 결국 ‘국민 부담을 높이는 방향’일 수밖에 없다.
이는 선진 복지국가들이 모두 거쳐간 길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늘어만 가는 연금부담 때문에 최근 연금 지급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늦췄다.
65세에 은퇴할 수도 있지만 일할 능력이 있는 경우는 2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67세까지 일하다 은퇴하면 더 많은 연금을 준다.
영국은 지난 88년 연금 재정 난 탓에 기초연금 액수를 줄였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으로만 살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요즘 보건복지부 간부들과 학계에서는 “소득의 9% 수준인 현 연금 보험료율을 선진국 수준인 17~18%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연금 수령액은 OECD 국가 평균인 ‘소득의 40%’(지금은 소득의 60%) 정도로 내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들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당장 이 같이 바뀌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론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국민연금을 최저생계비만 보장하는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기존 법정 퇴직금 제도는 기업연금 제도로 대체한 뒤, 민간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개인연금을 활성화시키는 ‘3중 보장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국내외(세계은행, KDI)에서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2003-01-17 박중현기자 jhpark@chosun.com)

2003-01-21 09: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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